무한 러너를 버리고 "학교까지 3km"를 택한 이유

2026.08.17 · 학교가는 길

「학교가는 길」은 처음에 흔한 무한 러너였습니다. 달리고, 블록을 골라 밟고, 결국 죽고, 거리로 순위를 매기는 구조. 프로토타입까지는 그렇게 갔는데, 만들면서 계속 걸리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결국 죽는 게임이라면 그 끝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 "이번엔 1,847m" 다음에는 "다음엔 1,900m"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8월 17일에 구조를 통째로 바꿨습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도착하면 판이 끝나는 게임으로. 학교까지의 거리는 3km로 정했습니다.

3분을 넘기는 걸 알고도 3km

원래 목표는 "한 판 3분 이내"였습니다. 하이퍼캐주얼 게임의 상식이기도 하고, 이 게임의 기획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3km를 잘 달려도 3분 34초, 보통은 4분 반이 걸립니다. 줄이면 됐을 텐데 줄이지 않았습니다. 짧게 하자는 제안을 몇 번이나 받았지만,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 쪽을 택했습니다. 교문이 안개 속에서 나타나고, 배경이 걷히고, 선생님과 하이파이브하는 그 30초가 3분을 넘긴 값을 한다고 봤습니다.

대신 도착은 늘 새로 얻어내야 하는 것으로 뒀습니다. 죽으면 처음부터입니다. 체크포인트도 없습니다. 그래야 "오늘도 도착했다"가 매번 사건이 됩니다.

순위는 거리가 아니라 점수

목적지가 생기자 순위표의 기준이 바뀌어야 했습니다. 완주한 사람끼리는 거리가 전부 3,000m로 같습니다. 그래서 순위는 점수로 가립니다 — 거리에 블록 보너스와 콤보 배수를 곱한 값이라, 같은 3km를 달려도 얼마나 깨끗하게 달렸느냐가 갈립니다.

완주율을 숫자로 정한다

"적당히 어렵게"는 조율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래서 완주율을 실력대별 숫자로 먼저 정했습니다. 밟기 정확도가 90%인 사람은 이 정도, 95%는 이 정도, 완벽하게 밟는 사람은 거의 도착 — 이런 목표표를 두고, 조작을 흉내 내는 시뮬레이터로 200판씩 돌려 실제 완주율을 재고, 설정값을 고쳐서 표에 붙였습니다. 값을 만질 때마다 다시 200판입니다. 8판이나 20판으로 재면 완주율이 25%p씩 튀어서 아무 결론도 못 냅니다 — 이건 나중에 두 번째 게임에서도 똑같이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이 게임 밸런스의 핵심입니다.

1. 완벽하게 밟는 사람의 상한을 만드는 건 에너지 램프뿐이다

이 게임에서 에너지가 곧 속도이고, 에너지가 0이면 멈춰서 끝납니다. 잘 밟는 사람은 물웅덩이를 애초에 안 밟습니다. 그래서 위험 요소를 3배로 늘려도 최상위 완주율은 100% 그대로였습니다. 그 사람들을 막는 건 거리에 따라 점점 빨리 닳는 에너지 하나뿐입니다. 반대로 물웅덩이 밀도는 중간 실력대만 깎습니다.

2. 즉사 장애물은 "몇 번 마주치는가"가 곧 완주율이다

물웅덩이 같은 즉사 장애물은 만날 때마다 실수 확률이 곱해집니다. 열 번 만나면 한 번 실수할 확률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그래서 피할 길이 하나뿐인 장애물은 아주 드물어야 하고, 피할 길이 둘이면 촘촘해도 됩니다. 골목을 오가는 동네 강아지가 그래서 두 칸을 왔다갔다 합니다 — 비어 있을 칸을 읽고 옆으로 피하거나(공짜), 어디로 갈지 모르겠으면 뛰어넘거나(에너지를 씁니다). 답이 둘이라 촘촘히 놓을 수 있습니다.

3. 물웅덩이는 거리 램프만 만든다

블록 패턴은 손으로 만든 조각을 시드로 조합합니다. 처음엔 조각 안에 물웅덩이도 넣었는데, 그러면 어떤 조각이 뽑히느냐에 밀도가 끌려다녀서 완주율을 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조각에는 물웅덩이가 없고, 거리에 따른 확률 하나만 물웅덩이를 만듭니다. 1km 이후에만 나오는 것도 그 램프의 일부입니다.

"너무 어려워서 끝까지 못 간다"

일반 난이도를 목표표에 맞추고 나서 받은 첫 피드백이 이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초보 모드를 만들었는데, 완주를 막는 것은 딱 두 가지라 그 둘만 풀었습니다 — 에너지 램프와 물웅덩이 밀도. 블록 배치와 공정성 규칙은 그대로 뒀습니다. 판이 헐거워지는 게 아니라 실수를 견디는 폭이 넓어져야 같은 게임으로 느껴진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 "연세 있으신 분들이 초보 모드도 힘들어하신다"는 말을 듣고 왕초보 모드를 하나 더 얹었습니다. 이때는 검증 안 된 새 숫자를 짓지 않았습니다 — 에너지와 위험은 초보와 완전히 같게 두고, 요청받은 둘만 바꿨습니다. 좋은 블록이 더 자주 나오게, 그리고 속도를 30% 낮게. 속도는 판정에 안 들어가서 완주율 표는 그대로입니다.

지금도 완주율은 목표표보다 낮습니다. 200판 기준으로 중간 실력대가 표보다 어렵게 나옵니다. 알고도 안 고치고 있습니다 — 왕초보 모드를 만든 이유와 맞닿아 있어서, 값을 만지기 전에 실제 플레이어의 말을 더 들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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